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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멋대로해라 재개봉 장 뤼크 감독 프랑스 영화 리뷰

by 플릭오로 2026. 1. 20.

영화 네멋대로해라
영화 네멋대로해라

1960년, 영화 한 편이 전 세계 영화계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가 64년 만에 고화질 리마스터링으로 다시 스크린에 돌아옵니다. 바로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전설적인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입니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로 불리는 고다르의 첫 장편 영화는 이제 단순한 ‘고전’을 넘어, 영화라는 예술 형식의 경계를 확장시킨 하나의 혁명적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 명작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정식 개봉된다는 사실, 많은 영화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설렘을 안겨주는 뉴스일 것입니다.

혁신의 시작, 고다르의 첫걸음

장 뤽 고다르라는 이름은 누벨바그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습니다. 그는 비평가 출신 감독으로, 기존 프랑스 영화계의 정형화된 문법과 관습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등장한 작품이 바로 ‘네 멋대로 해라’입니다. 이 영화는 ‘핸드헬드 촬영’과 ‘점프 컷’이라는 실험적 기법을 통해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였고,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고다르가 창조한 이 영화는 ‘기성 영화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자, 누벨바그(New Wave)라는 새로운 흐름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고다르가 프랑수아 트뤼포와 함께 구상했으며, 당시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던 이들이 직접 감독이 되어 자신들의 비전을 구현해 낸 대표적 사례입니다.

새로운 물결, 누벨바그란 무엇인가

‘누벨바그’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영화사의 판을 바꾸는 철학이자 태도였습니다. ‘네 멋대로 해라’는 그 중심에 있던 작품으로, 교훈이나 권선징악이 아닌 인물의 감정과 행동의 순간성에 초점을 맞추며, 관객의 감정이입보다는 자극과 충격을 통한 성찰을 유도합니다. 미셸과 파트리시아라는 주인공은 도덕적 구분이 모호한 존재입니다. 경찰을 살해하고 도망 다니는 미셸은 법적으로는 범죄자지만, 동시에 순간에 충실하며 자유로운 욕망과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반항아로 그려집니다. 그가 재현하는 할리우드 범죄물의 주인공 캐릭터를 고다르는 프랑스식으로 재해석하고, 이러한 해체적 시도는 기존의 통속적인 이야기 구조를 철저히 무너뜨립니다. 파트리시아 역시 평범한 여성 캐릭터에서 벗어나 이중적인 감정을 가진 독립적인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미셸에게 끌리면서도 두려워하고, 결국에는 그의 정체를 폭로합니다. 이 같은 모순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서사였으며, 관객에게 도덕적 기준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4K 리마스터링, 고전의 새로운 탄생

이번에 국내 개봉되는 ‘네 멋대로 해라’는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그간 흑백 고전이라는 한계를 지닌 채 자료로만 접하던 영화 팬들에게 완전히 새로워진 시청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번 개봉은 단순한 재상영이 아닙니다. 이 영화가 정식으로 국내 극장에서 개봉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며, 그것도 가장 선명한 화질과 최적의 음향으로 복원되어 관객을 만납니다. 특히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고다르 특유의 리듬감 있는 편집과 인물의 감정 흐름이 스크린 속에서 생생히 살아나며, 당시의 혁신적인 시도들을 현재 시점에서 오롯이 체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함께 개봉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누벨바그’는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제작 과정을 재구성한 오마주 형식의 영화로, 두 작품을 연이어 관람할 경우 시대를 초월한 시네마틱 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누벨바그’가 현대 감독의 시선에서 재해석된 누벨바그라면, ‘네 멋대로 해라’는 그 시작점에 선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가 질문하는 삶의 태도

이 영화는 줄거리보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와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단지 경찰과 도망자, 남녀의 로맨스 같은 겉껍질을 넘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태도를 질문하는 영화입니다. 규범과 질서, 도덕과 윤리에 순응하지 않고 자기만의 감정과 욕망에 따라 삶을 선택하려는 미셸의 모습은 당시 젊은 세대의 불안을 대변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미셸의 무모함을 무조건 미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다르가 이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선악의 판단을 넘어선 인간 존재의 다층성이며, 사회 구조 안에서 자유롭게 존재하려는 개인의 저항감이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 전반에 깔린 자기 반영적 태도와 영화적 언어에 대한 실험정신은 고다르가 영화라는 매체 자체를 하나의 철학적, 미학적 실험실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네 멋대로 해라’는 관습에 도전하고, 모든 것을 다시 묻는 영화였습니다.

다시, 고다르와 만나는 시간

2026년 1월, 우리는 다시 고다르의 혁명적 상상력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번 개봉은 단순한 고전 회고전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영화를 왜 보고, 어떻게 보고, 어떤 방식으로 감동받는지를 다시금 묻는 시간입니다. 극장에 앉아 흑백 화면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미셸의 얼굴, 흔들리는 카메라, 리듬감 없는 대화, 점프 컷의 생경함은 결국 우리의 익숙한 영화 감각을 다시 흔들고 새롭게 정렬하게 만듭니다. 고다르가 꿈꿨던 영화의 해방, 그리고 누벨바그가 불러일으킨 창조적 파괴의 흐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네 멋대로 해라’는 이를 가장 직접적이고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총평

이 영화가 단지 60년 전의 고전이 아닌 이유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예술일 수 있는 이유, 스크린이 하나의 철학이 될 수 있는 가능성,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네 멋대로 해라’. 이번 개봉을 통해 꼭 한 번 스크린으로 만나보시기를 권합니다. 시네필이라면,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누구에게든 이 경험은 특별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