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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이 원작인 영화 햄넷 리뷰

by 플릭오로 2026. 2. 27.

영화 햄넷
영화 햄넷

안녕하세요. 요즘 극장가에서 조용히 입소문을 타는 작품을 찾고 계시다면, 오늘 이야기가 딱 맞습니다. 포스터만 보면 “문학 영화인가?” 싶다가도, 막상 보고 나면 마음 한가운데가 오래 울리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햄넷입니다. 이름부터 낯설어서 고개가 갸웃해질 수 있지만, 그 낯섦이 오히려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시대극인데도 먼 이야기가 아니고, 유명인 이야기인데도 의외로 ‘우리 집 이야기’처럼 다가옵니다. 

햄넷이 궁금할 때

처음엔 제목 때문에 멈칫하게 됩니다. “햄넷? 햄릿이 아니라?” 하는 반응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햄넷이 궁금할 때 알아두면 좋은 포인트가 있습니다. 햄넷(Hamnet)과 햄릿(Hamlet)은 당대에 혼용되기도 했던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제목부터 이미 의미심장합니다. 단순히 유명 희곡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희곡이 태어나기 전의 삶과 상실을 들여다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영화 햄넷은 “작품은 어떻게 슬픔에서 태어나는가”를 묻는 느낌입니다. 또 하나, 햄넷이 궁금할때 시선을 바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가 중심이기보다, 그의 아내이자 가족의 중심이었던 아그네스(아녜스)에게 카메라가 더 오래 머무는 편입니다. 사랑의 시작이 있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일상이 쌓이는 시간이 먼저 흐릅니다. 그래서 비극이 닥쳤을 때 감정이 훅 들어옵니다. “아, 이건 역사 이야기라기보다 가족 이야기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햄넷이 궁금할때 망설이지 말고, ‘가족의 영화’로 접근해 보시면 훨씬 편하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가족

셰익스피어 가족을 다루는 작품은 많지만, 이 영화는 결이 다릅니다. 위대한 작가의 업적을 줄줄이 나열하지 않습니다. 대신 부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 결혼과 임신, 아이들이 자라나는 시간 같은 “아무도 기록하지 않았던 사생활”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 가족이 갑자기 낯설지 않게 느껴집니다. 남편은 일 때문에 멀리 떠나고, 아내는 집을 지키며 아이들을 돌보고 서로를 믿으면서도 가끔은 삐걱거립니다. 그 모습이 너무 현실적입니다. 특히 아그네스는 자연 속에서 살며 감각이 예민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허브와 흙, 바람 같은 촉감이 화면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이런 감각적인 연출이 셰익스피어 가족의 일상을 예쁜 시대극이 아니라 숨 쉬는 삶으로 만들어 줍니다. 남편 윌(윌리엄)은 예술가로서 자유롭고도 불안정합니다. 아내는 강하고 따뜻하지만 누구보다 깊게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살리기도 하고, 어떤 순간엔 서로를 가장 아프게 찌르기도 합니다. 그 복잡함이 좋습니다.

애도의 감정선

이 영화가 진짜로 강한 지점은 애도의 감정선입니다. 사건 자체는 단순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데 영화 햄넷은 “사람이 슬픔을 처리하는 방식”을 아주 오래, 아주 가깝게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은 울고, 어떤 사람은 말이 없어지고, 어떤 사람은 일에 매달립니다. 그 모든 반응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영화가 조용히 인정해 줍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도 자기 기억을 꺼내게 됩니다. 애도의 감정선은 부부의 갈등으로도 이어집니다. 상실 이후, 서로를 위로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서로가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왜 거기 없었나요.” “나는 최선을 다했어요.” 같은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의 공기가 화면에 떠 있습니다. 그 공기가 너무 진해서 숨을 크게 쉬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끝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어떤 계기와 마주하고, 결국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는 지점으로 갑니다. 그 과정이 급하지 않아서 더 믿음이 갑니다. 애도의 감정선이란 게 원래 그렇습니다. 빨리 끝나는 게 아니라, 조금씩 형태를 바꾸며 남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인상적인 문장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심장이 뛰고, 웃고, 놀고, 걷고, 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는 메시지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마음으로 남습니다. 여기서 멈춰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오늘 당연하게 여긴 것들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햄닛 원작 포인트

이 작품을 더 깊게 즐기려면 햄닛 원작 포인트를 알고 들어가도 좋습니다. 영화 햄넷은 매기 오패럴의 소설 『Hamnet』, 국내에서는 흔히 햄닛 원작으로 소개되는 그 작품을 바탕으로 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이야기가 ‘실화 그대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셰익스피어에게 ‘햄넷’이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었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영화와 소설은 그 빈칸을 상상으로 채운 팩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역사 퀴즈처럼 맞히는 재미가 아니라, 감정과 관계를 따라가는 재미가 큽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원제(Hamnet)가 국내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표기가 ‘햄닛’과 ‘햄넷’처럼 갈리는 경우가 있었고, 영화 홍보가 책 소개에 덧붙는 일도 흔합니다. 이런 맥락을 알고 보면, 작품을 둘러싼 문화도 함께 보입니다. 요즘 출판계에서는 영화화가 되면 새 표지, 띠지, “원작 소설” 문구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자로서는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콘텐츠가 ‘이야기’에서 ‘상품’이 되는 장면을 목격하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저는 햄닛 원작 포인트를 단순한 배경지식이 아니라, “이 이야기가 지금 다시 소환되는 이유”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햄닛 원작 포인트를 알고 나면, 이 작품이 왜 ‘상실과 창작’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는지도 더 선명해집니다.

관람팁과 여운

마지막으로 관람팁과 여운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질까 걱정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사건을 몰아치기보다 감정의 결을 쌓는 방식이라서 오히려 몰입이 됩니다. 화면이 자연, 집, 손의 움직임 같은 디테일에 집중하는 순간이 많으니, 가능하면 집중이 잘 되는 환경에서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음악과 침묵이 번갈아 오면서 감정을 밀어 올리기 때문에, 중간에 핸드폰을 보면 흐름이 툭 끊길 수 있습니다. 관람팁과 여운의 핵심은 “천천히 따라가기”입니다. 배우 이야기로 가면, 아그네스 역의 제시 버클리와 윌 역의 폴 메스칼 조합이 꽤 강합니다. 격하게 과장하지 않는데도 표정과 눈빛으로 설명을 끝내 버리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를 잃은 뒤의 장면은 설명이 아니라 체험에 가깝습니다. 감독 클로이 자오의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날 것 같은 감정과 시적인 화면이 동시에 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 쿠키 영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급하게 일어나는 대신 잠깐 앉아 계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시간이 관람팁과 여운을 완성해 줍니다. 결국 영화 햄넷은 “비극을 소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비극을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셰익스피어 가족을 통해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고, 상실이 어떻게 삶을 바꾸고, 그럼에도 다시 서로에게 닿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모든 바탕에는 햄닛 원작이 가진 섬세한 상상력이 깔려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내 일상의 소중함을 조금 더 자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만약 누군가를 잃은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애도하고 어떤 방식으로 다시 사랑을 붙잡을지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