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얼굴 연상호 감독 영화 평점 관람평 출연진 정보

by 플릭오로 2025. 9. 13.

박정민 1인 2역이 빛난 한국 스릴러 영화 ‘얼굴’, 연상호 감독의 사회 고발극

침묵에서 시작된 이야기, 시선을 끄는 초반 전개

개봉 전부터 다양한 이유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과 박정민 배우의 조합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한국 스릴러 영화 ‘얼굴’이 2025년 9월 11일 개봉하였습니다. 배우 박정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 얼굴은 최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극장판 귀멸의 칼날 : 무한성편을 끌어내리고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두 영화의 관객수 차이가 크지 않고 예매량에서는 귀멸의 칼날이 앞서고 있어 주말이 지나야 진정한 1위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단순한 장르물 그 이상의 무게를 지닌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관객에게 불편하지만 필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초반 장면은 시각장애인이자 전각 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임영규(권해효)의 인터뷰로 조용히 문을 엽니다. 이 다큐멘터리 형식은 죽은 자보다 산 자의 삶에 대해 말하는 듯하면서도, 곧 잊힌 과거를 향한 탐색으로 전환됩니다. 40년 전 실종된 어머니 정영희(신현빈)의 유골이 백골 상태로 발견되며, 그 비극의 실마리가 드러납니다.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살인의 가능성은 여전히 진실을 요구하는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영화 얼굴
얼굴 연상호 감독 영화 평점 관람평 출연진 정보

사라진 얼굴, 남겨진 모욕과 기억의 파편들

정영희의 장례식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속속 나타납니다. 친척이라는 이들의 등장은 단순한 조문이 아닌 유산을 둘러싼 갈등의 불쾌한 서막을 알립니다. 동환(박정민)은 관심 없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그들을 돕는 듯한 방송 피디 김수진(한지현)의 제안으로 정영희의 과거를 추적하는 다큐 제작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관객을 깊은 분노와 슬픔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청풍’ 피복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이들은 정영희를 ‘똥걸레’라 불렀다고 조롱하며 웃습니다. 그녀가 겪었던 수치와 모욕은 현재의 그들에게도 아무렇지 않은 추억거리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모습은 단순한 회상이라기보다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사회적 폭력의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 인터뷰이 이진숙은 과거 정영희를 하대하며 부려먹은 재봉사였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권력 구조 속에서 자신보다 약자를 억압한 사실을 고백하며, 그녀 또한 성폭행 피해 사실을 정영희에게 털어놓은 이후 그녀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회상합니다. 이 대목에서 관객은 정영희의 침묵 뒤에 얼마나 깊은 고통과 분노가 있었는지를 추측하게 됩니다. 사진 찍기를 취미로 삼았던 공장 사장 백주상(임성재)의 존재는 또 다른 가해자로 드러나며, 그가 촬영한 사진 속 어두운 진실이 뒤늦게나마 밝혀질 가능성을 열어 둡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전해진 충격적 고백은 정영희를 죽인 이가 남편 임영규였다는 뜻밖의 이야기였습니다. 진실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듯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70년대 산업화와 여성의 얼굴, 숨겨진 사회의 민낯

이 영화는 단순한 추리극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그 안에 녹아든 주제 의식은 무겁고 날카롭습니다. 70년대 산업화의 그늘 아래에서 사회가 외면한 여성들의 삶, 특히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재조차 부정당했던 이들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정영희는 사진 한 장조차 남기지 못한 채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그녀의 이름은 극 전반을 관통하는 가장 의지 강한 인물로 자리 잡습니다. 폭력에 침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가 그녀를 지워버렸다는 메시지는 무겁게 가슴을 짓누릅니다. 영화는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의 틀을 빌려, 시대가 외면한 여성의 고통과 강인함을 조명합니다. 특히 정영희가 겪었던 성적 폭력과 그에 대한 침묵 강요는 지금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관객은 어느새 극 중 인물의 고통에 몰입하며, 우리 사회가 외면한 수많은 '얼굴 없는 여성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영화는 그렇게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들며, 끝내 지워진 얼굴을 되찾으려는 여정을 따라가게 합니다.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와 해외 반응

박정민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하며 동환과 젊은 임영규를 동시에 연기합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연기에 녹여내며 섬세한 표현력을 발휘하였습니다. 권해효 역시 장인어른이 시각장애인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두 배우 모두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인물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이러한 진정성은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도 인정받아 ‘얼굴’은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되었으며, 현지 관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작품은 해외 언론으로부터도 “동양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조용히 파헤친다”는 평가를 받으며, 단순한 국내 문제를 넘어선 보편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여성의 삶과 목소리를 지운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문화적 경계를 넘어서는 설득력을 갖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상처와 선택은 단지 허구가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의 그림자라는 점에서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 얼굴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외피를 두르고 과거의 사회적 폭력과 기억 속 여성의 실종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탐색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잔혹함, 그리고 외면된 존재의 흔적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잔상을 남깁니다. 사회적 담론을 유도하고자 하는 박정민의 바람처럼, 이 영화는 단순한 소비용 콘텐츠가 아닌, 한 편의 현실 고발서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