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극장가에 오랜만에 정통 사극 감정선이 제대로 들어온 느낌입니다. 요즘은 사극도 장르가 너무 다양해서, 포스터만 보고는 퓨전인지 팩션인지 감이 안 잡힐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왕과 사는 남자는 시작부터 결이 또렷합니다. 역사 속 이름을 꺼내되, 사람의 이야기로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그래서인지 관객석에서 웃다가도 조용히 숨을 삼키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여운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꽤 길게 남습니다
흥행 신호탄
영화가 재미있어도, 관객이 실제로 움직여야 화제작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흥행 신호탄은 이미 켜졌다고 봐도 좋습니다. 개봉 첫날 전체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고, 개봉 직후 관객 반응 지표도 매우 높게 형성됐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으로 개봉 첫날 관객이 11만 명대였고, 예매율도 개봉 전부터 상위권을 유지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숫자 자랑이 아닙니다. 설 연휴 직전 개봉이라는 타이밍이 사극과 만났을 때, 가족 단위 관객이 움직이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흥행 신호탄이 ‘이벤트성’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극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이번 작품은 웃음과 눈물이 함께 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어른 세대는 역사적 비극과 책임의 감정선에 반응하고, 젊은 관객은 인물의 관계가 바뀌는 순간들에서 몰입 포인트를 찾습니다. 실제로 “마지막 20분부터 감정이 몰린다”는 후기가 많은데, 이런 말이 입소문을 타면 관객층이 넓어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요즘 극장은 첫 주 반응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흥행 신호탄은 꽤 강하게 보입니다.
단종의 시간
이 영화의 중심에는 결국 단종이 있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단종은 너무 짧은 생애, 너무 익숙한 비극으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왕과 사는 남자는 그 익숙함을 그대로 두지 않습니다. 기록에는 짧게 남았지만, 그 사이의 시간은 어땠을까라는 질문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관객은 결말을 어렴풋이 알고 있어도, 과정이 궁금해집니다. 작품의 배경은 1457년 청령포로 알려져 있고, 어린 임금 이홍위(훗날 단종)가 유배지로 향하는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동시에 마을 쪽 시선이 붙습니다. 먹고살기 팍팍한 산골 마을이 유배지를 유치하면 마을이 살아난다는 현실적 계산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이 예상치 못한 파도를 불러옵니다. 이 대목이 참 현실적입니다. 거창한 정의가 아니라, 살기 위해 시작한 결정이 더 큰 역사와 충돌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종의 비극은 한 사람만의 비극이 아니라, 함께 휘말린 사람들의 비극으로 커집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단종을 단순히 ‘약한 왕’으로만 그리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어떤 후기에서는 기존의 선입견을 비틀고, 리더로서의 자질을 상상력으로 채워 넣었다고 평가합니다. 이 부분이 관객에게 메시지를 던집니다. 성공한 권력은 기록을 장악하고, 실패한 정의는 지워지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사극이지만 오늘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기 앙상블
사극은 한 명이 끌고 가기 어렵습니다. 말투, 호흡, 시선 처리, 살아본 시대의 질감을 여러 배우가 같이 맞춰야 합니다. 그래서 연기 앙상블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많이 칭찬받는 지점이 바로 연기 앙상블입니다. 촌장 엄흥도 역의 유해진 배우는 능청과 진중함을 오가며 균형을 잡습니다. 처음에는 현실 계산을 하는 촌장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흔들리는 인물로 바뀝니다. 그 변화가 과장되지 않고, 생활감으로 쌓입니다. 그래서 관객이 아, 저럴 수 있겠다 하고 따라가게 됩니다. 또 단종 역의 박지훈 배우는 처연함을 앞세우되, 어느 순간 눈빛이 바뀌는 장면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줍니다. 실제로 이 역할을 위해 체중을 크게 감량하며 준비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준비가 화면에서 ‘설명 없이’ 전해지는 편입니다. 여기에 유지태, 전미도, 그리고 조연진이 받쳐주는 연기 앙상블이 탄탄합니다. 특히 악역 쪽은 “너무 잘해서 더 미운” 타입으로 긴장을 만들고, 궁녀 캐릭터는 꾸밈없이 현실적인 톤으로 분위기를 눌러 줍니다. 덕분에 영화는 무거운 역사만 강조하기보다, 사람 냄새와 웃음 포인트를 중간중간 끼워 넣습니다. 사극이 딱딱하다고 느끼는 관객에게도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장치입니다.
연출과 호불호
모든 관객이 같은 점수를 주는 영화는 없습니다. 특히 사극은 더 그렇습니다. 연출과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보통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고증의 리얼함을 어디까지 요구하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 관객이 원하는 리듬을 얼마나 세련되게 구현했느냐입니다. 어떤 리뷰에서는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운데, 연출 디테일이 올드하게 느껴진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비나 번개 같은 장치가 다소 직관적으로 사용된다든지, 몇몇 장면의 개연성이 빠르게 넘어간다는 지적이 그런 맥락입니다. 다만 저는 이 지점이 단점만은 아니라고도 봅니다. 왕과 사는 남자가 노리는 관객층이 넓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실험적인 편집이나 과한 미장센보다, 직관적인 전달을 택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특히 설 연휴 시즌에는 온 가족이 같이 보며 감정을 공유하는 영화가 강합니다. 그런 흐름에서 연출과 호불호는 세련됨의 부족이라기보다 “대중적 선택”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배우들의 감정선이 연출의 빈틈을 메우는 순간이 있습니다. 관객이 눈물 포인트에서 흔들리는 이유는, 장면이 화려해서가 아니라 인물이 진짜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연출과 호불호를 따지던 사람도 잠깐 멈춥니다. 영화가 감정을 ‘획득’하는 순간입니다.
관람 팁 정리
이제 정말 실용적인 이야기만 남겨보겠습니다. 관람 전에 이 정도만 알고 들어가면, 몰입이 훨씬 쉬워집니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 + 상상력의 조합입니다. 그래서 관람 팁 정리의 첫 번째는, 기록과 허구를 굳이 정확히 가르려 애쓰지 않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정답 맞히기’가 아니라 인물의 선택을 따라가기입니다. 두 번째 관람 팁 정리는, 초반의 코믹 톤에 방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초반에는 마을의 생계와 촌장의 욕망이 비교적 가볍게 전개되지만, 중반부터 분위기가 서서히 바뀝니다. 특히 인물 사이의 관계가 “감시자-대상”에서 다른 형태로 전환되는 순간이 핵심입니다. 이 변화가 쌓여서 후반 감정 폭발로 이어집니다. 세 번째 관람 팁 정리는, 사극을 “현재의 질문”으로 읽어보는 것입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이겁니다. 기록은 누구의 편이었는가, 권력의 성공은 정의가 되는가, 그리고 작은 사람들이 역사를 마주할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마음에 두고 보면, 단종의 이야기가 단순히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마지막으로 정보성도 짚겠습니다. 상영시간은 117분이고, 관람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로 안내된 바 있습니다. 쿠키 영상은 없으니 참고해주세요. 개봉일은 2026년 2월 4일로 현재 절찬 상영 중이며 장항준 감독 연출작입니다.
총평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거대한 사건을 과시하기보다, 역사에 기록된 비극을 사람의 표정으로 옮기려는 영화입니다. 흥행은 이미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이야기의 중심에는 끝내 단종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끌어오는 힘은 단연 연기 앙상블에서 나옵니다. 물론 연출과 호불호는 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극장에서 같이 숨을 삼키는 경험은 꽤 또렷하게 남는 작품입니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못 보신 분들은 극장에서 관람해 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