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넷플릭스에서는 독특한 분위기의 한국 스릴러 영화들이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커미션’이라는 작품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서, 창작자와 익명성, 그리고 웹툰이라는 매체를 통해 현실과 픽션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서사를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뇌리에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커미션의 줄거리, 분위기, 인물 관계를 중심으로 작품의 핵심을 짚어보고, 그 여운 깊은 결말까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설정, 웹툰과 다크웹의 기묘한 만남
‘커미션’은 웹툰 작가의 세계와 다크웹이라는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공간을 절묘하게 엮어내면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완성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단경은 자존감이 바닥난, 재능 없는 웹툰 작가지망생입니다. 언니인 주경은 이미 성공한 작가이고, 그녀는 매일 비교와 무시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러한 단경이 다크웹에서 받은 그림 의뢰 하나로 인해 끔찍한 현실에 빠져들게 되죠. 영화는 다크웹 속 익명의 의뢰자 한냐군과 단경 사이의 관계가 깊어지며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단경이 그린 그림이 실제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그림이 살인을 유도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질문까지 던지게 만듭니다. 현실적인 공간인 웹툰 작업실, 학원, 카페, 지하주차장 등이 익명의 공간인 다크웹과 겹쳐지면서 관객은 극도의 불편함과 몰입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주인공 단경, 욕망과 열등감의 화신
단경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피해자도, 명확한 가해자도 아닌 존재입니다. 그녀는 처음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하지만, ‘당신이 필요하다’는 익명의 메시지에 무너지며 자신도 모르게 폭력의 순환 구조에 편입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심리는 단순한 범죄영화가 아닌 심리 스릴러로서의 ‘커미션’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자신을 무시하던 세은이 끔찍하게 살해된 이후, 단경은 고뇌와 쾌감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점점 늘어나는 다크웹의 팬덤, 그리고 익명성 속에서 그녀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단경은 결국 응태를 희생양으로 삼고, 자신의 죄에서 도망치려 합니다. 이 부분은 단순한 범죄의 공모를 넘어서 도덕성과 자아 붕괴의 끝자락을 보여줍니다.
결말의 반전, 천재 작가의 또 다른 얼굴
영화의 결말은 꽤 충격적입니다. 살인 사건의 중심에 단경이 있다고 믿어온 우리는, 실은 세 번째 살인을 주경이 의뢰했다는 반전을 마주하게 되죠. 주경은 진필 작가의 신작을 가로채기 위해 커미션을 요청했고, 단경은 언니를 위해 그 죄를 뒤집어썼습니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했기에, 익명의 세계에서라도 인정받고 싶었던 단경의 욕망”은 이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됩니다. 그녀는 결국 경찰에게 끌려가며 다크웹에 자신의 정체를 다시금 밝히는 선택을 합니다. 이 장면은 현실에선 비극이지만, 그녀의 세계에선 일종의 해피엔딩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깁니다. 현실의 명예보다, 익명의 인정이 더 강력했던 단경. 이 인물은 우리 사회가 창작자에게 부여하는 무게와 책임, 그리고 무명 창작자가 받는 상실감과 고독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 그러나 시도는 인상적이다
물론, 영화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건 아닙니다. 몇몇 장면의 연출은 과감하지 못하고, 후반부의 전개는 다소 밋밋하게 흘러갑니다. 특히 한냐군이라는 캐릭터의 정체를 너무 빨리 노출한 점은 미스터리의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요소였습니다. 그러나 다크웹이라는 미지의 공간, 웹툰이라는 친숙한 콘텐츠, 그리고 창작자의 욕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시도는 분명 흥미로웠습니다. 카메라 워크와 미장센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인물의 얼굴을 바짝 당기거나, 모니터와 원고를 동시에 비추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이 모든 게 현실인가 허상인가”라는 감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시각적 연출을 통해 느껴지는 공기감은 영화의 불편함을 증폭시켰고, 이것이 ‘커미션’을 단순한 B급 스릴러에서 벗어나게 만든 핵심 요소입니다.
창작자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커미션’은 묻습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이 살인의 책임이 있는가?” 창작자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창작물이 범죄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우리는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정답 없이 던지며, 관객이 스스로 고민하게 만듭니다. 단경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는 이는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수용자인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인 한국 영화 ‘커미션’은 단순한 장르 영화가 아닌, 창작과 폭력, 자아와 익명성이라는 복잡한 문제들을 담아낸 독특한 심리 스릴러였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입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은 넷플릭스에서 관람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